결과물만이 아니라,
작업의 흐름까지 맡길 수 있을까?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업무는 이미지 한 장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의뢰 자료를 이해하고, 규격을 확인하고, 수정 가능한 원본을 만들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상대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목업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부동산 사무소의 오픈 판촉물로 사용할 물티슈 스티커를 만들며 이 전체 흐름을 AI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프롬프트를 쓰기보다 결과를 보며 문제를 발견하고, 제가 직접 조정한 부분을 다시 AI가 이어받도록 했습니다.

THE QUESTION

AI에게 디자인을 맡긴다는 것은
무엇을 대신하게 하는 일일까요?

작은 스티커에도,
먼저 정해야 할 기준이 있었습니다.

의뢰 자료는 세 가지였습니다. 스티커가 붙을 물티슈 제품 사진, 들어가야 할 문구와 색상 방향, 그리고 제작업체가 제공한 Illustrator 재단선 파일입니다. 크기는 작았지만 상호, 담당자, 전문 분야, 전화번호와 주소가 모두 읽혀야 했고, 안정감 있는 인상도 필요했습니다.

USE오픈 홍보용 물티슈 뚜껑 스티커
INFORMATION상호·담당자·전문 분야·연락처·주소
MOOD딥 네이비와 샴페인 골드의 안정감
PRODUCTION재단선과 수정 가능한 텍스트 유지

AI에게 자료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보다, 각 자료를 무엇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할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제품 사진은 부착 위치를, Illustrator 파일은 규격을, 문구 이미지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설명했습니다.

한 번에 완성하기보다,
문제를 하나씩 좁혀갔습니다.

CLIENT BRIEF → DESIGN → DELIVERY

의뢰부터 전달까지, 한눈에 보는 작업 과정

클라이언트의 자료를 AI에게 설명하고, Illustrator에서 작업한 뒤 제품에 적용한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아래는 그 흐름을 정리한 표입니다.

단계누가, 무엇을 했나다음으로 넘긴 것
01의뢰 맥락 전달나 → ChatGPT·Claude 등 대화형 AI

받은 제품 사진, 문구, 규격과 원하는 분위기를 전달하고 무엇을 만들지 설명했습니다.

작업 기준
02Illustrator 연결·작업AI + Adobe Illustrator

AI가 Illustrator를 직접 다루도록 연결해 글자와 도형을 배치하고 첫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수정 가능한
첫 시안
03중간 수정나의 확인 → AI의 수정

빠진 문구와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고칠 내용을 AI에게 다시 요청했습니다.

보완한 시안
04사람의 터치나 · 디렉터의 판단

무엇을 강조할지 판단하고, 전체 균형을 보며 필요한 부분은 직접 손봤습니다.

디자인 방향과
수정 기준
05배경 이미지 생성AI 이미지 생성 스킬

원하는 색감과 분위기를 설명해, 시안에 사용할 야간 주거 단지 배경을 생성했습니다.

배경 이미지
06최종 글자 크기·배열나 + Illustrator

배경을 넣은 상태에서 글자 크기와 위치, 간격을 조정해 중요한 정보가 잘 읽히게 했습니다.

확정된 배치
07배경 이미지 보정나의 지시 → AI의 수정

확정한 글자와 배치는 그대로 두고, 사진의 경계가 보이지 않도록 배경만 연결했습니다.

최종 시안
08목업 생성·전달AI로 시각화 → 클라이언트에게 전달

완성된 스티커를 물티슈에 붙인 모습을 AI 목업으로 만들고, 제작용 원본과 함께 보냈습니다.

확인용 목업
+ 제작용 원본
AI가 실행하고, 사람이 확인하고 판단합니다.

일직선으로 한 번에 끝낸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결과를 보며 앞 단계로 돌아가 수정했고, 목업은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돕는 이미지로, 실제 제작은 별도의 원본 파일로 구분했습니다.

01

먼저 편집 가능한 첫 시안을 만들었습니다.

상호와 전화번호는 나중에 해당 글자만 선택해 바로 고칠 수 있도록 Illustrator에서 작업했습니다. 먼저 중요한 정보가 눈에 잘 들어오도록 글자의 크기와 위치를 잡았고, 첫 시안을 확인하다가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문장 하나가 빠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네이비와 골드 타이포그래피로 구성한 첫 스티커 시안
첫 시안. 이름과 전화번호는 공개용 가상 정보입니다.
02

빠진 문장을 넣고, 필요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문구를 보완하면서 밤의 주거 단지와 따뜻한 건축 조명이 있는 배경을 추가했습니다. 배경은 생성 이미지로 만들고, 중요한 정보는 계속 편집 가능한 글자로 유지했습니다.

실제 수정 방식
빠진 문장을 추가하고, 딥 네이비와 골드 톤에 어울리는 야간 주거 단지 배경을 넣어줘. 연락처와 주소는 수정 가능한 텍스트로 유지해줘.
야간 주거 단지 배경과 설명 문장을 더한 두 번째 스티커 시안
두 번째 시안. 배경을 더하자 분위기는 분명해졌지만 정보가 다시 답답해 보였습니다.
03

직접 조정한 뒤, 바꿀 범위만 다시 맡겼습니다.

글씨 크기와 위치, 건물의 비중은 제가 Illustrator에서 직접 조정했습니다. 건물을 줄이자 정보는 잘 읽혔지만 이미지의 사각 경계가 드러났습니다. 이때 전체를 다시 만드는 대신 “글자와 배치는 그대로, 배경만 자연스럽게”라고 범위를 좁혔습니다.

범위를 좁힌 요청
내가 조정한 글자 크기와 위치, 건물의 크기는 그대로 유지해줘. 다른 요소는 바꾸지 말고 사진의 경계가 보이지 않도록 배경만 자연스럽게 연결해줘.
배경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다시 연결한 최종 스티커
글자와 배치는 유지하고, 이미지의 경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배경만 다시 연결한 최종안입니다.
04

마지막에는 클라이언트가 결과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보냈습니다.

최종 스티커와 처음 받은 제품 이미지를 함께 참고해 물티슈 뚜껑에 부착한 목업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할 때 제작용 원본과 함께 이 이미지를 보냈고, 평면 파일만 볼 때보다 스티커의 크기와 위치, 제품색과의 관계, 전체 인상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최종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물티슈 부착 AI 목업
완성된 디자인을 클라이언트에게 보낼 때 함께 전달한 확인용 목업입니다. 실제 인쇄의 기준은 별도의 Illustrator·PDF 원본으로 구분했습니다.AI 생성 목업 · 이름과 전화번호는 가상 정보로 교체했습니다.

AI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 늘수록,
무엇을 유지하고 어디까지 바꿀지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 박시하, Brand & Creative Director

좋은 결과는 긴 프롬프트보다,
명확한 판단의 순서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말은 화려한 묘사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것은 그대로 두고 배경만 바꿔줘”처럼 이미 결정한 것과 아직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한 문장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정확히 설명하려고 하면 요청은 길어집니다. 반대로 첫 결과를 기준 삼아 빠진 정보와 어색한 부분을 찾고, 다음 수정의 범위를 하나씩 좁히면 AI는 앞선 맥락을 이어받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워크플로우의 핵심은 자동 생성이 아니라 맥락이 끊기지 않는 수정이었습니다. 채팅에서 정한 목적, Illustrator에서 조정한 배치, 다시 생성한 배경, 마지막 목업이 하나의 작업 기록으로 연결됐습니다.

AI가 일을 대신해도,
디렉터의 판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AI EXECUTION

AI가 수행한 일

  • 자료의 내용과 규격 파악
  • 첫 시안과 수정 가능한 원본 구성
  • 배경 이미지 생성과 재연결
  • 제품 부착 목업 시각화
  • 전달 파일의 형식 정리
DIRECTOR'S JUDGMENT

제가 판단한 일

  • 의뢰 목적과 보여줄 인상 정의
  • 빠진 문장과 가독성 문제 발견
  • 글자·이미지 크기와 위치 조정
  • 유지할 것과 바꿀 범위 결정
  • 제작용 파일과 확인용 목업 구분

디자인을 직접 움직이는 시간은 줄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고, 다음 지시를 고르고, 어느 상태를 완료로 볼지 정하는 일은 더 선명해졌습니다. AI는 디렉터를 없애기보다 디렉터의 판단을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다음 디자인 의뢰에도 쓰는
6단계 워크플로우

01 / PURPOSE

사용 장면부터 설명합니다.

무엇을 만드는지보다 어디에서 누가 보게 되는지 먼저 정합니다.

02 / SOURCE

자료마다 역할을 붙입니다.

제품 사진, 규격 파일, 문구와 레퍼런스가 무엇을 판단하는 기준인지 알려줍니다.

03 / EDITABLE

바뀔 정보는 편집 가능하게 둡니다.

이름, 연락처, 주소처럼 수정될 수 있는 정보는 이미지와 분리합니다.

04 / REVIEW

첫 결과에서 문제를 찾습니다.

누락, 가독성, 규격, 이미지 경계처럼 다음 수정의 이유를 구체화합니다.

05 / SCOPE

유지할 것과 바꿀 것을 말합니다.

전체를 다시 만들지 않도록 수정 범위를 좁혀 이미 한 결정을 보존합니다.

06 / DELIVERY

다음 사람이 쓸 파일로 마칩니다.

제작 원본, 확인용 PDF, 목업과 안내를 용도별로 구분해 전달합니다.

이런 방식이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혼자 여러 역할을 맡는 브랜드 운영자기획에서 제작, 검토와 전달까지 한 흐름으로 줄이고 싶은 분
  • 반복 수정이 많은 디자이너이미 확정한 부분은 보존하면서 필요한 요소만 빠르게 바꾸고 싶은 분
  •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디렉터결과물뿐 아니라 판단의 맥락과 다음 행동까지 전달해야 하는 분
  • AI를 실제 업무에 연결하고 싶은 분이미지 생성에서 멈추지 않고 편집·검토·전달까지 확장하고 싶은 분

같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AI만으로 인쇄용 디자인까지 완성할 수 있나요?
시안과 편집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실제 제작 전에는 재단선, 색상 모드, 글자 크기, 오탈자와 소재를 제작업체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목업이 아니라 편집 가능한 원본을 최종 기준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왜 텍스트와 배경 이미지를 나누어 만들었나요?
텍스트를 이미지에 모두 합치면 이름이나 번호 하나를 바꿀 때도 전체 이미지를 다시 생성해야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바뀌는 정보는 글자로, 분위기를 만드는 배경은 이미지로 분리하면 수정이 쉬워집니다.
프롬프트를 길게 쓰면 결과가 더 좋아지나요?
길이보다 자료의 역할과 수정 범위가 분명한지가 중요했습니다. 첫 요청에는 목적과 제약을 주고, 결과를 본 뒤 유지할 것과 바꿀 것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AI 목업을 그대로 제작에 사용해도 되나요?
목업은 제품에 적용됐을 때의 인상을 확인하고 설명하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작은 글자와 비례가 원본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제작은 Illustrator나 PDF 원본을 기준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사례 이미지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실제 정보인가요?
아닙니다. 공개용 블로그에서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은 ‘김가온’, 전화번호는 ‘010-0000-0000’으로 교체했습니다.

AI와 일한다는 것은,
판단을 더 잘 설명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작업을 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디자인 도구가 아니라 작업을 설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뿐 아니라 왜 수정하는지, 무엇은 유지해야 하는지, 어떤 상태를 완료로 볼지를 말해야 했습니다.

작은 스티커 한 장에서도 의뢰를 이해하는 일, 정보를 고르는 일, 어색함을 발견하는 일, 상대가 결과를 이해하도록 보여주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AI는 그 사이의 실행을 빠르게 연결해줬지만 방향을 정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능력은 프롬프트를 길게 쓰는 기술보다, 좋은 결과의 조건을 분명하게 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